하고 싶은 말은 넘치는데 막상 종이 앞에 앉으면 첫 줄이 써지지 않습니다.
너무 많은 마음이 한꺼번에 밀려와서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미국수의사회(AVMA)는 반려동물에게 함께한 시간을 떠올리는 편지를 쓰는 것을 기억을 통해 관계를 이어 가는 방법의 하나로 소개합니다.
잘 쓸 필요는 없습니다.
이 편지의 독자는 아이와 나, 둘뿐입니다.
편지를 쓰기 전에
- 시간과 장소: 방해받지 않는 시간을 고르세요. 장례 전날 밤에 쓰는 분도 있고, 몇 달 뒤 기일에 쓰는 분도 있습니다. 정해진 때는 없습니다.
- 도구: 손으로 쓰면 천천히 생각할 수 있고, 휴대전화 메모장에 쓰면 떠오르는 대로 빠르게 적을 수 있습니다. 편한 쪽을 고르세요.
- 분량: 한 줄이어도 충분합니다. 다 쓰지 못하면 나중에 이어 써도 됩니다.
- 눈물: 쓰다가 울어도 괜찮습니다. 너무 힘들면 잠시 멈추고 물 한 잔 마신 뒤 다시 시작하세요.
상황별 시작 문장
첫 문장만 정해지면 그다음은 생각보다 자연스럽게 이어집니다.
마음에 드는 것을 골라 내 말로 바꿔 보세요.
처음 만난 날을 떠올리며
- "○○아, 너를 처음 데려오던 날 기억나? 그날 너는…"
- "네가 우리 집에 처음 온 날, 나는 아직도 그 작은 발소리를 기억해."
고마움을 전하며
- "○○아, 우리 가족이 되어 줘서 고마워."
- "네 덕분에 힘든 날들을 버틸 수 있었어. 그 말을 꼭 하고 싶었어."
미안함을 꺼내며
- "○○아, 끝내 하지 못한 말이 있어."
- "마지막 날 더 오래 안아 주지 못해서 마음에 걸려."
일상을 들려주며
- "오늘 아침에도 습관처럼 네 밥그릇을 찾았어."
- "산책길 그 벤치를 지나다가 네 생각이 나서 한참 앉아 있었어."
약속을 남기며
- "○○아, 너를 잊지 않을게. 대신 이렇게 기억할게."
편지의 흐름이 막힐 때
시작 문장을 쓴 뒤 막힌다면 이런 순서를 참고해 보세요.
- 함께한 장면 하나 (가장 먼저 떠오르는 기억)
- 아이의 버릇이나 좋아하던 것
- 고마웠던 일
- 미안했던 일 (쓰고 싶다면)
- 지금 나의 하루
- 마지막 인사
미안한 마음만 가득 채우게 된다면, 3번 '고마웠던 일'을 일부러 길게 써 보세요.
편지가 죄책감을 되새기는 시간이 되지 않도록 균형을 잡는 데 도움이 됩니다.
안락사로 보낸 뒤라면 안락사 후 죄책감이 오래 남을 때도 함께 읽어 보세요.
짧은 예시 한 편
아래는 흐름을 보여 드리기 위해 별다방이 지어 쓴 예시입니다.
실제 사연이 아니니 이름과 장면을 내 기억으로 바꿔 쓰세요.
콩이야. 너를 처음 안았을 때 손바닥만 하던 네가 내 소매를 물고 놓지 않던 게 생각나. 너는 비 오는 날 산책을 싫어했고, 현관문 소리만 나면 누구보다 먼저 달려 나왔지. 퇴근길이 즐거웠던 건 다 너 때문이었어. 마지막 몇 달 동안 아픈 너를 보며 내가 더 해 줄 수 있는 게 없어서 많이 미안했어. 그래도 열네 해 동안 우리 곁에 있어 줘서 정말 고마워. 오늘도 네 방석은 그 자리에 두었어. 천천히 정리할게. 잘 자, 콩이야.
글로 쓰기 어렵다면
글이 도무지 써지지 않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럴 때는 다른 방식으로 마음을 남겨도 됩니다.
휴대전화 녹음 앱을 켜고 아이에게 말하듯 이야기해 보세요.
목소리로 남긴 인사는 글과는 또 다른 기록이 됩니다.
문장이 아니라 단어 목록으로 적어도 됩니다.
'고구마, 노란 담요, 창밖 구경, 꼬리 흔들던 소리'처럼 아이와 연결된 낱말을 적어 내려가다 보면 그 자체로 한 편의 편지가 됩니다.
아이(자녀)와 함께 쓴다면
어린 자녀는 글 대신 그림을 그리거나, 부모가 받아 적어 주는 방식으로 참여할 수 있습니다.
"○○이한테 뭐라고 말하고 싶어?"라고 묻고 아이의 말을 그대로 적어 주세요.
문장이 서툴러도 고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자녀와 이별을 이야기하는 방법은 아이와 함께 반려동물 장례를 준비할 때에 정리했습니다.
쓴 편지는 어떻게 할까
| 방법 | 확인할 점 |
|---|---|
| 장례 때 추모실에서 읽기 | 소리 내어 읽기 힘들면 마음속으로 읽어도 됨 |
| 함께 화장하기 | 종이 편지는 가능한 곳이 많지만 업체에 미리 확인 |
| 유골함 옆에 보관 | 습기에 약하니 봉투나 액자에 넣어 보관 |
| 추모관에 남기기 | 공개 범위 설정 확인 |
| 혼자 간직하기 | 기일마다 다시 꺼내 읽고 덧붙여 써도 좋음 |
편지를 장례 당일 함께 보내고 싶다면 반려동물 화장 절차와 장례 당일 준비에서 반입 가능 물품 확인 방법을 보세요.
자주 묻는 질문
편지를 쓰고 나서 더 힘들어졌어요. 묻어 두었던 감정이 올라오면 일시적으로 더 아플 수 있습니다.
그날은 무리하지 말고 쉬세요.
계속 힘들다면 쓰는 간격을 늘려도 됩니다.
여러 번 써도 되나요? 물론입니다.
기일이나 생일마다 짧은 편지를 쓰는 분들도 있습니다.
기일에 쓸 문장은 기일 편지 예시를 참고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