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속 아이를 마주할 힘이 아직 나지 않을 수 있어요.
휴대전화 잠금화면, 메신저 프로필, 사진 앱이 띄우는 '추억' 알림까지.
이별 직후에는 아이의 얼굴이 예고 없이 나타나 하루를 흔들어 놓습니다.
사진을 보지 못하는 시기가 있다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보지 않는 동안에도 사진을 잃지 않는 것, 그리고 다시 보고 싶어지는 날을 위해 문을 닫아 두지 않는 것입니다.
먼저: 지우지 말고 옮겨 두기
힘든 밤에 사진을 전부 지워 버리고 싶은 충동이 들 수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 후회하는 경우가 적지 않으니, 삭제 대신 '보이지 않는 곳으로 옮기기'를 권합니다.
- 사진 앱에서 해당 사진을 '숨김' 앨범으로 옮기거나, 컴퓨터·외장 저장장치에 복사한 뒤 휴대전화에서는 보관함으로 이동합니다.
- 사진 앱의 추억·회상 알림을 잠시 끄거나, 특정 기간의 사진을 추천에서 제외하는 설정을 찾아봅니다.
- 잠금화면이나 프로필 사진을 바꾸는 것도 괜찮습니다. 바꾼다고 아이를 잊는 것이 아닙니다.
- 직접 하기 어렵다면 믿을 수 있는 가족에게 백업만 부탁해도 됩니다.
왜 사진이 이렇게 아플까
사진은 그 순간의 소리와 냄새, 손에 닿던 감촉까지 한꺼번에 불러옵니다.
특히 아팠던 시기나 마지막 날 사진은 그때의 걱정과 후회를 다시 꺼내기도 합니다.
미국수의사회(AVMA)는 슬픔에는 정해진 단계나 순서가 없고, 상실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데 몇 주에서 몇 달이 걸릴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지금 사진을 보지 못하는 것은 회복이 늦어서가 아니라 그만큼 관계가 깊었다는 뜻에 가깝습니다.
다시 보기 시작하는 작은 단계
어느 날 '한 장쯤은 볼 수 있을 것 같다'는 마음이 들면 아주 작게 시작해 보세요.
- 아팠던 시기가 아닌, 건강하던 때의 사진 한 장만 고릅니다.
- 시간을 정합니다. 1~2분 보고 화면을 닫아도 충분합니다.
- 보고 난 뒤 몸의 반응을 살핍니다. 숨이 가쁘거나 눈물이 멈추지 않으면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 괜찮았다면 다음에는 두세 장으로 늘려 봅니다.
눈물이 나는 것은 실패가 아닙니다.
울고 난 뒤 조금 가벼워졌다면 그것도 하나의 과정입니다.
사진 말고 기억을 붙잡는 방법
사진을 열지 못하는 동안에도 아이를 떠올리는 방법은 여러 가지입니다.
산책하던 길을 혼자 천천히 걸어 보거나, 아이가 좋아하던 간식 이름이나 버릇을 메모장에 하나씩 적는 것만으로도 기억은 이어집니다.
화면 속 얼굴을 마주하기 힘들 때 글로 적은 장면은 덜 아프게 느껴지는 사람도 많습니다.
적어 둔 메모는 나중에 사진을 다시 볼 수 있게 되었을 때 앨범 설명으로 옮겨 쓸 수 있습니다.
무엇을 하든 '오늘은 이 정도면 됐다'고 스스로 끝을 정해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정해진 순서나 속도는 없습니다.
가족과 함께 지낼 때
가족마다 사진을 마주할 수 있는 시점이 다릅니다.
누군가는 거실에 액자를 두고 싶고, 누군가는 그 앞을 지나가기 어렵습니다.
이럴 때는 공용 공간에 두지 않고 각자의 방에 두거나, 단체 대화방에 사진을 올리기 전에 '지금 사진 봐도 괜찮아?'라고 먼저 묻는 약속을 정해 보세요.
한쪽의 방식을 맞다고 정하지 않는 것이 서로를 지키는 방법입니다.
액자와 기념품은 언제 꺼낼까
장례 뒤 받은 액자나 유골함을 어디에 둘지도 고민이 됩니다.
처음부터 거실 한가운데에 둘 필요는 없습니다.
상자에 넣어 서랍에 보관했다가, 마음이 준비되면 작은 선반 위로 옮기는 식으로 단계를 나눠도 됩니다.
눈에 보이는 곳에 두었는데 지날 때마다 숨이 막힌다면 다시 넣어 두어도 괜찮습니다.
이런 신호는 도움을 구할 때입니다
- 몇 달이 지나도 사진은 물론 아이 이야기를 꺼내는 것조차 불가능하고, 그 때문에 일상이 크게 무너졌다
- 잠과 식사가 오랫동안 회복되지 않는다
- 아이를 따라가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마지막 경우라면 혼자 견디지 말고 자살예방상담전화 109(24시간)에 바로 연락하세요.
정신건강위기상담전화 1577-0199에서도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혼자 판단하기 어려울 때는 펫로스가 오래갈 때 도움을 받아야 하는 신호 목록과 비교해 보세요.
자주 묻는 질문
사진을 숨기면 회피하는 건가요? 잠시 거리를 두는 것도 슬픔을 다루는 한 방법입니다.
다만 아이와 관련된 모든 것을 오랫동안 피하게 된다면 펫로스 증후군 글을 읽어 보고 주변의 도움을 생각해 보세요.
사진 대신 할 수 있는 것이 있을까요? 사진 없이 기억나는 장면을 글로 적는 것부터 시작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아이에게 마지막 편지를 쓰고 싶을 때를 참고하세요.
사진을 볼 수 있게 되면 추모 앨범 정리법으로 천천히 이어 가면 됩니다.